팬들도, 아이돌도 싫어한다는 아육대


'아육대'. 명절마다 방송되는 MBC 특집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2010년 첫 방송된 이후 매년 방송되고 있는데요.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경쟁하는 아이돌들의 모습을 담아낸 프로그램입니다. 첫회에선 육상 종목들만 대회에 포함됐고요, 이후 다양한 종목들이 추가됐죠. 지금은 양궁, 체조, 씨름, 볼링, 투구 등 다양한 종목들이 '아육대'에 포함돼 있는데요.

아이돌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육대'를 통해 200명이 넘는 아이돌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돌 입장에서는 뛰어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죠. 그리고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아육대'에 대한 팬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것이 사실인데요. 사실 상당수의 아이돌들과 소속사들도 '아육대'에 출연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아이돌과 소속사들이 '아육대' 출연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요? 첫째 이유는 부상입니다. '아육대'에 출연하면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 출전해 몸을 쓰며 경쟁해야 하는 만큼 부상의 위험을 피할 수 없죠. 실제로 '아육대'에 출연한 뒤 부상을 입어 활동에 차질을 빚게 됐던 아이돌들이 적지 않습니다. 씨스타 보라, 빅스 레오, 에이핑크 하영, 인피니트 성열과 우현 등 많은 아이돌들이 '아육대'에 출연했다 다쳤습니다.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아이돌이 '아육대'에 출연하려면 메이크업, 헤어, 식사, 함께 이동하는 스태프 등과 관련한 비용을 쓰게 되죠. 출연료는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 때문에 소속 아이돌들을 '아육대'에 출연시키면 소속사 입장에서는 항상 적자를 보게 됩니다. 소속사 입장에서 소속 아이돌들을 '아육대' 대신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른 행사에 출연시키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녹화 시간도 문제입니다. '아육대'의 녹화는 보통 1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이 시간 동안 아이돌들은 녹화 현장에 묶여 있어야 합니다. 기나긴 대기시간을 견디기 힘들어 잠을 자거나, 공부를 하거나,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는 아이돌들의 모습이 '아육대' 녹화 현장에서 목격되곤 하는데요. 좋아하는 아이돌들을 보러온 팬들 역시 기나긴 녹화 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생하는 아이돌들과 팬들을 화면에 담아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내는 방송사는 아이돌과 팬들에게 간단한 식사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돌과 팬들이 스스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데요. 팬들이 아이돌에게 조공을 하거나, 반대로 아이돌이 팬들에게 역조공을 하는 방식으로 식사를 해결하죠. 이 과정에서 일부 아이돌과 소속사들은 역조공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하는데요. 자신의 팬들에게 근사한 식사를 역조공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이죠. 어떤 아이돌이 어떤 식사를 역조공했는지, 비교를 당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을'의 입장인 아이돌과 소속사들은 '아육대' 출연을 거절하기 힘듭니다. '갑'인 방송사가 '아육대' 외의 각종 TV 예능, 드라마 등의 캐스팅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죠. '아육대' 출연을 거절했다가 나중에 어떤 부당한 대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아육대'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는 '아육대'를 매년 꾸준히 개최하고 있는데요. 방송사 입장에서는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청률이 보장된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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